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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남성보다 과거에 느꼈던 감정을 잘 기억한다. 그래서 어느순간 그것을 어느 순간 그것을 떠올리고는 들여다보는 능력이 있다. 고영미 씨의 말을 들어보자. "아무리 우리 엄마라 해도 역시 '시'자 들어가는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엄마는요, 딸인 저하고 다툰 일은 그다음 날 잊어버리면서, 며느리인 새언니 하고 다툰 일은 10년 전 일인데도 틈만 나면 이야기를 꺼내요. 미울 때마다 꺼내서 현재 사건에 덧붙이는 거죠."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오래가는 것은 남녀가 같지만 여성은 유독 남성보다 감정에 대한 저장고가 크다. 특히 자신에 대해 나쁘게 말하거나 서운하게 한 말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기 때문에 같은 여자들끼리의 관계는 세월이 지나서도 여전히 앙금이 남는 경우가 많다. 둘 중의 한 명은 기억을 못 해야 하는데 둘 다 기억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잠재적 갈등 인자로 남아 있기에 예전에 두 여성이 화해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완벽한 화해가 아닌 경우도 많다. 남자들은 싸울 땐 여자들보다 과격하지만 그들이 화해하고 나면 앙금은 거의 남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들은 화해하고 나서 사이가 좋더라도 마음속에 과거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 그녀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라 그냥 여자의 뇌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만약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왜 네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아"라고 했다면 비록 그 말이 농담이었다 하더라도 상대 여성은 오랫동안 그것을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눈치 빠른 여성이라면 같은 여성에게 지나치게 솔직한 말은 하지 않는다. 여성은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친구에게 남편 흉을 보더라도 친구가 자신의 남편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면 그 말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결국은 그 감정을 항상 저장한 채로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성 또한 여성이 과거의 감정을 기억하는 것에 종종 놀라곤 하는데 부부싸움을 할 때 여성은 현재의 일로 싸우면서 지난 결혼생활에 모아두었던 감정을 다 끄집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달라는 아내의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까닭으로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아내는 언쟁 도중에 남편이 과거 주식으로 돈을 날린 것이나 혹독한 시집살이에 대한 기억 그리고 홀로 육아를 하면서 고통스러웠던 기억까지 다 끄집어낸다. 여성의 감정이 쌓이는 저장고는 용량 제한이 없다. 그리고 그것을 필요한 순간마다 꺼내는 데 걸림돌도 없다. 마치 컴퓨터에서 자료를 빼내듯 언제든 찾아서 사용하는 것이 여성 감정의 특징이다. 여성이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오랫동안 쌓았다가 그것을 한꺼번에 배출하면 생각지도 못한 큰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유명한 예가 한나라 황제 유방의 부인이었던 여태 후이다. 그녀는 남편이 살아생전 특별히 애정을 쏟은 애첩 척부인한테 쌓인 게 많았다. 그러나 남편이 왕이니 어쩔 것인가! 하지만 남편이 죽자 그 애첩의 팔다리를 자리고 눈알을 파내고 귀를 멀게 하고 벙어리를 만든 다음 돼지우리에 넣었다.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게 하면서 고통스럽게 괴롭혔던 것이다. 이것은 남자가 다른 남자를 미워해서 죽이는 것보다 사시 더 잔인한 일이다. 온몸으로 그 고통을 다 감내하게 만든 이 악행은 한 여성의 감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쌓여 왔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이다. 결국 여태후의 이런 악행 때문에 그녀의 아들은 이 광경을 보고 미쳐버리고 만다.
지난 세월에 쌓인 감정에 매달려 과잉 해소를 하다 보면 또 다른 부작용이 오는데도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 닥친다. 우리는 종종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점 때문에 곤란할 때가 있지만 사실은 그런 점 때문에 관계에 더 도움을 받을 때도 많다. 여성이 과거의 감정을 이고 다닐 때 남자만큼은 무덤덤한 기억력으로 대충 잊어버리는 것이 두 사람에게 얼마나 다행인가! 이와쓰키 겐지는 말한다. 남자의 기억 방식은 여자와 대조적으로 "무엇을 했는가"하는 사실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감정은 여기에 덧붙여서 기억한다. 먼저 "무엇을 했는가"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기뻤다" 혹은 "슬펐다"라는 감정을 마치 덤처럼 기억하는 것이다. 남자들도 여자처럼 "과거 네가 나한테 이렇게 했다"며 일일이 다 사건을 기억한다면 남녀의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두 여성은 서로가 한 말이나 표정까지도 다 기억하기 때문에 언제나 잠재적 갈등을 안고 사는 셈이다. 여성 간 우정은 너무 나중을 기대하고 일방적으로 베풀기보다는 상대와 우정의 속도와 양을 맞춰가면서 탄력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는 남자들보다 더 따뜻한 공감과 배려가 들어간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다만 우정과 인맥 측면에서 보면 나이가 들수록 남자와 여자의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다. 여자는 자신의 우정과 인맥에서 도움을 받는 정도가 남자보다 현격하게 차이를 보인다. 특히나 길게 가야 하는 인맥관리에서 여자들은 종종 그 필요성을 못 느끼고 상대를 등한시하다가 막상 도움이 필요한 시점에 급하게 친한 척을 하거나 연락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여성의 인간관계가 현실에 중점을 두다 보면 과거와 미래의 인맥을 차단하는 점도 있지만 동시에 현재의 인맥을 너무 성급하게 사용할 우려가 있다. 최근에 친해진 사람이거나 아직 우정이 무르익지 않은 상대에게는 좀 더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성급하게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이용을 한다. 상대를 만만하게 다룰 수 있다고 느낀 순간 바로 유용하게 써먹으려 하니 무르익으려던 관계가 깨져버린다. 여성의 현실적 융통성이 너무 빨리 개입한 결과다. 명심할 것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관계를 겨우 작은 일에 써먹으면서 그것을 이익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