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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생분해율 90% 이상입니다." 친환경 제품 설명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 90%라는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흙에 묻어두고 무게를 잰 걸까요? 사실 공식 시험에서는 무게가 아니라 이산화탄소(CO₂)를 잽니다. 오늘은 PLA 생분해율을 측정하는 표준 방법인 CO₂ 발생량법을 계산 예시와 함께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왜 무게가 아니라 CO₂를 잴까요?
플라스틱 조각의 무게가 줄었다고 해서 분해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잘게 부서져 눈에 안 보이게 흩어졌을 수 있고
- 물에 녹아 빠져나갔을 수도 있으며
- 흙이 묻거나 수분을 머금어 무게가 오히려 늘 수도 있습니다
반면 진짜 생분해는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소화해서 CO₂, 물, 미생물 몸(바이오매스)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속 탄소가 실제로 CO₂가 되어 나왔는지를 재는 것이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대조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PLA 생분해 실험에 대조군이 필요한 이유 글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2. 측정 원리: 탄소가 CO₂로 바뀐 비율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 시료 속에 탄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계산한다
- 그 탄소가 전부 CO₂가 되면 몇 g이 나올지 계산한다 → 이론적 CO₂ 발생량(ThCO₂)
- 실험에서 실제로 나온 CO₂를 잰다
- 실제 값 ÷ 이론 값 × 100 = 생분해율(%)
즉 생분해율은 "플라스틱 속 탄소 중 몇 %가 미생물에 의해 CO₂로 바뀌었는가"를 뜻합니다.
3. 시험은 어떤 조건에서 할까요?
퇴비화 조건 생분해 시험의 국제 표준인 ISO 14855-1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조건 |
|---|---|
| 온도 | 58 ± 2℃ (산업용 퇴비화 시설 수준) |
| 미생물 | 잘 숙성된 퇴비(접종원) |
| 섞는 비율 | 시료 : 퇴비 = 약 1 : 6 (건조 무게 기준) |
| 공기 | 산소가 충분하도록 계속 공급 |
| 기간 | 보통 45일 이상, 최대 6개월 |
| 측정 | 발생한 CO₂를 일정 간격으로 측정 |
| 반복 | 같은 조건을 여러 개(보통 3개) 동시 진행 |
여기에 블랭크(퇴비만), 양성 대조군(셀룰로오스)을 함께 넣어 비교합니다.

4. 직접 계산해 보기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숫자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① PLA의 탄소 함량 구하기
PLA의 기본 단위는 C₃H₄O₂이고, 분자량은 약 72입니다. 이 중 탄소(C 3개)가 36을 차지하므로 PLA 무게의 약 50%가 탄소입니다.
② 이론적 CO₂ 발생량(ThCO₂) 구하기
PLA 10g을 넣었다면 탄소는 5g입니다. 탄소 12g이 CO₂ 44g이 되므로,
ThCO₂ = 5g × 44 ÷ 12 ≈ 18.3g
③ 실제 CO₂에서 블랭크 빼기
| 구분 | 45일간 누적 CO₂ (가상) |
|---|---|
| 실험군 (퇴비 + PLA) | 25.0g |
| 블랭크 (퇴비만) | 10.0g |
| PLA가 만든 CO₂ | 25.0 − 10.0 = 15.0g |
④ 생분해율 계산
생분해율 = 15.0 ÷ 18.3 × 100 ≈ 82%
블랭크를 빼지 않았다면 25 ÷ 18.3 = 137%라는 말이 안 되는 숫자가 나왔을 거예요. 블랭크 대조군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5. 생분해 곡선 읽는 법
시험 결과는 보통 시간에 따른 생분해율 그래프로 나옵니다. 곡선은 대체로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 구간 | 모습 | 의미 |
|---|---|---|
| 지연기 | 처음 한동안 거의 평평 | 미생물이 적응하고, PLA가 물과 열로 잘게 쪼개지는 준비 단계 |
| 증가기 | 가파르게 상승 | 미생물이 본격적으로 분해 |
| 정체기 | 다시 평평해짐 | 분해할 수 있는 탄소를 거의 다 씀 |
PLA는 먼저 가수분해로 사슬이 짧아져야 미생물이 먹을 수 있어서, 셀룰로오스보다 지연기가 긴 편입니다. 그래서 초반 결과만 보고 "PLA는 분해가 안 된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6. CO₂를 재는 두 가지 방식
| 방식 | 표준 | 특징 |
|---|---|---|
| 자동 측정 | ISO 14855-1 | 배출 가스의 CO₂ 농도를 장비로 연속 측정 |
| 무게 측정(중량법) | ISO 14855-2 | CO₂를 흡수제에 붙잡아 무게 증가량으로 계산 |
미국 시험 기준인 ASTM D5338도 같은 원리를 사용합니다.
7. 몇 %면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정될까요?
유럽 퇴비화 포장재 기준인 EN 13432에서는
- 시험 시작 후 최대 6개월(180일) 안에
- 90% 이상 생분해 (또는 셀룰로오스 기준물질 대비 90% 이상)
를 요구합니다. 다만 '퇴비화 가능' 인증은 생분해율만 보지 않고, 퇴비 속에서 잘게 붕괴되는지, 만들어진 퇴비가 식물에 해가 없는지까지 함께 확인합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 왜 100%가 아니라 90%가 기준인가요?
A. 미생물이 플라스틱 속 탄소를 전부 CO₂로 내보내지 않고, 일부는 자기 몸(바이오매스)을 만드는 데 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CO₂만으로는 100%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Q. 집에서도 CO₂로 생분해율을 잴 수 있나요?
A. 58℃ 온도 유지, 공기 공급, 정밀한 CO₂ 측정이 필요해서 가정에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집에서는 대조군을 둔 관찰 실험 정도가 현실적이에요.
Q. '45일 만에 생분해율 60%'라고 적힌 제품은 생분해 플라스틱인가요?
A. 시험이 아직 진행 중인 중간값일 수 있습니다. 최종 결과(최대 180일)와 어떤 기준으로 시험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 이 결과가 땅이나 바다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나요?
A. 아닙니다. 이 시험은 58℃ 고온 퇴비화 조건이 기준이에요. 일반 토양이나 바다는 온도와 미생물 조건이 달라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9. 정리
- 생분해율은 플라스틱 속 탄소 중 몇 %가 CO₂로 바뀌었는지로 측정한다
- 표준 시험(ISO 14855)은 58℃ 퇴비 조건에서 최대 6개월 진행한다
- 블랭크를 빼야 PLA가 만든 CO₂만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 유럽 기준(EN 13432)은 180일 안에 90% 이상 생분해를 요구한다
- 퇴비화 조건 결과를 땅이나 바다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
제품의 '생분해율' 숫자를 볼 때 어떤 조건에서, 며칠 동안, 어떤 기준으로 측정했는지 확인하는 습관만 가져도 과장 광고에 덜 흔들릴 수 있어요.
📚 참고 자료
- ISO 14855-1:2012, 퇴비화 조건에서 플라스틱의 호기성 최종 생분해도 측정 – CO₂ 발생량 분석법 1부: 일반 방법
- ISO 14855-2, 2부: 실험실 규모 시험에서 발생 CO₂의 중량 측정
- EN 13432, 퇴비화 및 생분해로 회수 가능한 포장재 요구사항
- ASTM D5338, 퇴비화 조건에서 플라스틱의 호기성 생분해도 시험 방법